티스토리 뷰

p.97 
"너는 뭔가 알고 있었지? 그렇지? 

기다림이 <용기>라는 것을."
 

꽃들에게 희망을(BESTSELLER WORLDBOOK 20) | 트리나 포올러스 - 교보문고

꽃들에게 희망을(BESTSELLER WORLDBOOK 20) |

product.kyobobook.co.kr

 

이 책은 140페이지로 두께가 얇고 글자 수는 적으며 그림 삽화가 많아 부담 없이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어제 부모님께서 다시 읽어보라고 추천해 주셔서 오늘 다시 읽게 되었다. 나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믿는 편인데, 책 역시 과거에 읽었더라도 지금의 내가 다시 읽으면 마치 다른 사람이 되어 읽는 것처럼 또 다른 감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같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을 좋아한다. 

꽃들에게 희망을&nbsp; - 트리나 포올러스

p.96
"내가 오른 기둥이 수천 기둥 중의 하나라니!"
한숨을 쉬며 그가 말했습니다. 

"수많은 애벌레가 아무것도 아닌 곳을 향해 
기어오르고 있다니!"

 

책의 주인공은 줄무늬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이다. 위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애벌레들을 일단 아래 그림과 같은 기둥을 타고 올라가려고 노력한다. 서로를 짓밟고 고통을 인내하며, 저 위에 있을 근사한 무언가를 상상하며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줄무늬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는 운명처럼 만나게 되는데, 두 애벌레는 서로의 생각을 공감한 뒤 기둥을 포기하고 내려와 평화롭게 살아간다. 

 

잔잔한 일상 속에서 따분함을 느낀 줄무늬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를 두고 혼자 다시 기둥을 오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렇게 떠나 줄무늬 애벌레가 기둥을 올라가는 동안, 노랑 애벌레는 다른 늙은 애벌레를 만나 얘기를 하다가 자신이 모르고 있던 한 가지를 깨닫게 된다. 

 

p.78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동안, 
너나 그것을 지켜보는 누구든 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 같지만. 이미 나비는
만들어지고 있는 거란다.

 

줄무늬 애벌레는 기둥 끝에 올라가서 눈으로 기둥 끝을 보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이 기둥 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었음을.

그 사이 노랑 애벌레는 용기를 갖고 기다림을 거쳐 나비가 된다. 

애벌레 기둥

어릴 때는 이 책을 그저 애벌레가 고통과 인내를 견뎌 나비가 되는 하나의 일대기 같은 내용으로 이해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나의 감상은 '애벌레=맹목적인 성공을 노력했던 나의 모습'으로 정리했다. 

 

초, 중, 고등학교 동안은 1등을 하기 위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그래도 어느 정도 가시적인 목표를 향해 노력했다. 그리고 대학을 다니는 동안은 좋은 직장에 입사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좋은'이 무엇인지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채 맹목적인 '좋은'을 향해 노력하는 나 자신에 집중하며 빠져 있었다. 그렇게 입사한 직장에서 처음엔 행복했지만 애벌레들이 기둥 위로 올라가 보니 아무것도 없어 허탈했던 것처럼, 직장이라는 기둥 안에서 분명 성취를 함과 동시에 목표를 잃어버려 상실감을 느꼈었다. 

 

지금은 많이 내려놓았지만 나는 성취주의자 성향이 강했다. 미래에 내 목표가 성취되기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으면서 현재를 전혀 즐기지 못한 채 미래의 노예로 살고 있던 것이다. 오늘의 날씨, 맛있는 음식, 만나고 있는 좋은 인연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전에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성취도에 조급해하던 시간들을 생각해 보면 나는 나에게 맞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에 대한 기준의 부재가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매일 일기를 공개적인 블로그에 남기기 시작한 것도 큰 성취에 대한 갈망을 줄이고 하루 일상에 감사하기 위함인데, 여전히 나는 성취할 무언가를 고민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적어도 곧 물에 젖을 솜사탕 같은  '좋은'을 쫓진 않는다. 나비가 된 애벌레처럼 지금 이 순간이 용기 있게 기다리는 시간인지는 당장 알 수 없지만 하루, 1시간, 찰나의 순간들을 용기 있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한다. 

 

글이 길고 자세하게 묘사, 설명해 주는 책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간결한 문장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 좋다. 책 자체를 읽은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생각하고 곱씹어보면서 동시에 나의 과거도 돌이켜볼 수 있었다. 

 

간단하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책  '꽃들에게 희망을 - 트리나 포올러스' 추천합니다..!